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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신호를 보내다


안녕하세요 디마스튜디오 EYES이수정 입니다. 

제가 이번에 여러분께 공유 해 드리고 싶은 것은 최근에 저를 설레게 했던 것들, 그리고 거기서 제가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01. 



https://soundcloud.com/geant-sounds/sonification-of-voyager-1



이 음악은 사실 사람이 작곡한 것이 아니라 우주 탐사선이 작곡한 심포니 입니다. 태양계 넘어로 우주를 비행중인 탐사선 여행자’voyager’라는 뜻의 보이저 1,2 호가 보낸 관측자료를 음표로 환산해 탄생한 우주의 하모니 입니다. 이 음악은 범 유럽 연구망 젠트 소속 도미니코 피시난저 박사가조합한 음악으로,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 2호가 측정한 양성자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32만개의 신호를 뽑아내고 이를 각각 음으로 잡아낸것 입니다. 


1호의 멜로디는 피아노, 2호의 멜로디는 현악기로 연주됬습니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각각 1977년 9월과 8월에 발사된 탐사선으로 서로 수십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같은 시간에 측정한 서로 다른 측정값들을 음으로 바꿔 우주의 하모니를 만들었습니다. 


자연에서 얻은 신호를 수치화하여 다른 매체로 옮긴 것임에도 우리의 귀에도 듣기 좋은걸 보니 인간의 손으로 창조된 것이 아닌 자연속에서도 조화와 규칙은 존재하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광대한 우주도 우리에게 벅찬 아름다움을 신호로 끊임 없이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인간의 창의력으로 작곡된 곡들과는 또 다른, 굉장히 수학적이고 복잡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음어 묘한 안정감을 주는 음악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곡을 처음 듣고 왠지 그 날은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감성,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았던것 같습니다. 



1977년 NASA 는 ‘voyager’여행자 라는 이름의 보이저 1,2 호 라는 무인 우주선을 발사해 태양계의 행성들을 탐사하도록 했었는데, 8월에는 보이저 2호가, 9월에는 보이저 1호가 발사되었습니다. 보이저 우주선은 카메라와 적외선 측정기, 분광기, 원자로 등이 탑재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보이저 1호는 먼저 1979년 3월에 목성에 도착했고, 그 뒤로 9월에 보이저 2호가 도착했습니다. 그 후로 보이저 1호는 토성에 탐사하던 중에 타이탄을 탐사하기 위해서 방향을 바꿔 영원한 우주 여행으로 떠나게 됩니다. 


보이저 1호는 지난 2005년에 헬리오시스 지역에 도달했고, 2006년에 100AU부근을 통과했습니다. 보이저 2호는 목성 (1979년) , 토성 (1981년), 천왕성(1986년), 해왕성 (1989년)에 도달하여 지금은 보이저 1호와 같이 우주를 여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로 부터 약 78억 마일, 보이저 2호는 약 63억 마일 정도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금은 태양계를 떠나 인간이 만든 물체중 우리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전달해준 이 음악은, 우주가 인간에게 보내는 선물, 신호, 메세지로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보이저호는 사실 또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더 갖고 있는데요 바로 인간의 메세지를 품고 있다는 것 입니다. 보이저 1, 2호에는 ’골든디스크(voyager golden record)’라는 것이 탑재 되어 있는데요, 이 골든 디스크는 12인치 짜리의 금으로 코팅된 동판 축음기 음반으로, 지구상 역사, 생명체와 문화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한 소리와 영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음반의 내용은 칼 세이건이 의장으로 있는 위원회에서 결정되었는데, 115개의 그림과 파도, 바람, 천둥, 새와 고래 의 노래와 같은 자연적인 소리,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의 음악, 55개의 언어로 된 인삿말, 당시 미국 대통령 지미카터와 전 UN사무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 사무국장의 메시지로 이루어 졌다고 합니다. 



인삿말은 6000년전 수메르에서 쓰였던 아카디아어부터 시작하여 현대 중국어의 한 방언인 오어로 끝나게 됩니다. 이곳에 담긴 언어로는 수메르어 미얀마어 우크라이나어 이탈리아어네덜란드어 소도어 힌디어 아모이 방언 프랑스어  헝가리어 등등이 있고 그중에 한국어도 있습니다.


보이저 호에 녹음된 음향 기록은 1초당 16과 3분의 2 회전의 빠르기고 디스크를 회전시켜야 재생이 되도록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여기에는 파도소리, 바람소리, 천둥소리, 새소리, 고래울음소리, 로켓소리 화산활동 소리, 커피내리는 소리, 귀뚜라미소리, 못 치는 소리, 트랙터 소리, 아기 울음소리, 생명소리(심전도소리, 뇌파도 소리), 2륜마차소리 기차 경적 소리 등과 함께 세계 여러 지역의 음악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런 지구의 소리 뒤에는 90분 짜리 음악이 실려있는데, 여기에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아리아 외 나바호 원주민의 음악, 페루의 결혼식 노래, 중국의 고금 연주 등 다양한 문명의 소리들이 담겨 있습니다. 



02. 


다음 영화는 <아닌강> 이라는 단편영화입니다.





얼마전 개봉한 그래비티의 스핀오프로 제작된 이영화는 <그래비티>의 한 장면과 연결이 되는데요, 바로 라이언 스톤박사가 우주에 홀로 남겨진 채 추진체가 꺼진 우주선 안에서 절박한 상태로 지구에 무전을 치는 부분과 연결이 됩니다. 스톤 박사는 절박하게 지구의 사람과 무전에 닿게 되지만, 지구의 사람은 영어가 아닌 알아들을 수 없는 제 3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구출의 희망은 좌절당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이 둘은 서로 교감하게 되는데요, 바로 개 짖는소리 그리고 아이의 울음 소리로 언어의 정서를 뛰어넘는 교감을 하게 됩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암흑 속, 죽음을 앞두고 절박하게 닿은 메세지가 다른 인간에게 닿는것, 삶과 죽음 에 대하여 성찰하게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그래비티의 감독 “알폰소 쿠아론”의 아들 “조나스 쿠아론”이 제작한 영화입니다.


조나스 쿠아론의 영화 <아닌강>에 등장하는 주인공 아난강은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족으로, 우연히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우주를 표류하고 있는 여성과 소통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난강은 우주에 표류하고 있는 스톤박사 와 마찬가지로 존재감의 위협을 받는 공간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그러면서도 라디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등의 다른 존재와의 소통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짧은 둘의 교신 기간동안 간결하지만 많은 내용들이 오가게 됩니다. 새로운 생명의 소리, 또한 죽음의 소리, 삶의 소리와, 잠 무의식의 세계로의 자장가 소리. 이렇게 감독은 영상속에 사람이면 마주해야할 삶의 여러 모습을 담담하고 상징적으로 담아내었습니다. 



03. 



앞에서 들었던 보이저 호의 음악, 그리고 골든 디스크, 영화 ‘아난강’이 갖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는 보이저 호의 골든디스크에 대하여 인간의 모든것을 함축시키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소중히 포장해 저 먼 우주로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위로 인해 우리는 더 큰, 궁극적인 소통을 갈망하고 있다는 생각했습니다. 


칼 세이건은 보이저 호의 골든 디스크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었다고 합니다. 



  “오직 우주여행을 하는 문명만이 이 우주선을 보고 음반을 틀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의 ‘바다’에 이 ‘병’을 띄워 보내는 것은 이 행성에게 무언가 희망적인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가 받아볼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가 아닌, 어느 누군가는 진심을 알아줄 것 이라는 끊임 없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정체모를 무언가에게 신호를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이렇게 오래토록 외로운 존재로서 더 큰 세상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미지의 세계로도 존재감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연약한 존재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소리’ 로 대표되는 것들로 우리의 본질적인 소리들, 아기의 울음소리, 부족의 기도 소리 등 우리의 존재를 꿰뚫는, ‘인간’, ‘지구’ 라는 존재로 대표되는 집단 무의식, 집단 정체성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문명들이 영원일듯 스치듯 지나가고, 많은 것들이 쌓인듯 하지만 또 역시 인간은 한결같습니다. 인류가 공통으로 공유하는 태초의 울음소리, 그리고 무엇인가를 탐구하려는 순수한 열정, 세상, 자연, 동물들과의 유대가 인간이 가장 솔직한 자화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별들이 보이저 호를 통해 보내준 음악을 생각해보면, 미미한 별빛들의 꾸준한 점멸로인해 음이 하나하나 쌓이고, 화성이 생기며 우리에게 웅장한 심포니로 전달 되었듯이 우리 존재에 있어서 불필요한 순간은 없고, 낭비되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감동을 주었던, 36년의 별들의 신호가 만들어내 아름다운 음악 처럼, 우리의 존재감 확인을 위한, 작은 움직임, 신호들도 모여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움직임이 만들어 진다고 믿습니다.


예술이든 문학이든 공학이든 지금의 우리의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몇 만년후 우리의 후손들이 전하게 될 지구의 소리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