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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행동경제학에서 얻은 insight 접목해보기


안녕하세요 디마 스튜디오의 HANDS 김지윤입니다. 이번 관점공유에서는 ‘지각의 간사함’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했었는데요, 디마토크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 스마트 헬스 케어 제품을 경험하면서 한 생각들을 행동경제학의 내용과 엮어 풀어보려 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 얻은 insight 접목해보기


스마트 헬스 케어 제품에 대해 아시나요? 스마트 헬스 케어 제품이란 스마트 기기와 연동 가능한 간단한 장비들을 통해 건강을 체크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대표적인 예로 나이키의 퓨얼밴드, Jawbone UP, Misfit의 Shine 등이 있습니다. 손목에 이 기기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에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연동하면, 사용자의 움직임과 이동거리, 심지어 수면 시간 및 패턴까지 체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스마트 헬스 케어 제품을 쓰면서 느낀 것은 정기적으로 사용자의 운동상태와 건강을 체크해주고, 운동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것만으로는 운동 행위를 이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품을 구매한 초반에는 의지도 있고 제품에 대한 호기심도 유인으로 작용하여 열심히 사용하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사용빈도가 줄어들면서 결국 헬스 케어 제품을 책장 한 구석에 고이 모셔놓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의지를 불끈 태우며 운동을 하기로 결심하고 헬스 케어 제품을 산다거나 헬스장에 등록을 했지만, 막상 해야 할 때가 오면 차일 피일 미루다 ‘Paying not to exercise’ 해버린 경험,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2006년도에 이루어진 실증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운동 의지를 불태우며 헬스 한달 이용권을 등록한 사람들이 실제로는 한 달에 평균 4.4회만 헬스장에 나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살펴보면 한번의 운동 참여에 평균 17불의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일회 이용권 가격인 10불보다 비싼 가격을 내가면서 운동을 하는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는 Non-standard Preferences, 그 중에서도 Self control problem이라는 토픽 아래에 다루고 있습니다. 

Self control problem은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하는 인간이 immediate future에 대해 할인율을 적용(hyperbolic discount)하여 이전 시점에서 예상할 때의 최적 행동이 막상 그 행위를 시행해야 하는 시점에서의 최적 행동과 다른 비일관성 문제를 지칭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운 모델을 통해 왜 우리가 운동을 하기로, 금연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막상 운동을 미룬 체 늘어지고, 담배를 한대 더 꺼내어 물게 되는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이는 행위를 행동경제학에서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경제학의 분석이 주는 insight들을 어떻게 헬스 케어 제품의 개선에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단순히 운동시간, 이동거리, 소비 칼로리 등의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price per average hours of use에 대한 정보도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함께 제공하는 것입니다. 운동을 건강의 맥락에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의 맥락으로 끌어들여, 비용이 들어간 행위라는 것을 보여주면 ‘이만큼은 써야 하는데 안 써서 내가 손해를 보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할 수 있고, 평균 비용을 낮추기 위해 운동을 더 하도록 자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price per average hours of use 정보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면, Length of evaluation period가 년 단위로 작용하여 년 초에야 일년을 되돌아보고 강도를 높여 운동을 하다가 년 말로 갈수록 점차 느슨해지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는 손실기피성향(Loss aversion)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손실기피성향 또한 기존의 경제학 모델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많은 사람들의 선택에서 보여지는 경향입니다. 합리적인 경제주체라면 x에서 얻는 효용보다 x+1에서 얻는 효용이 더 크고 x에서 얻는 효용은 u(x), x+1에서 얻는 효용은 u(x+1)라고 가정합니다. 그런데 경제 주체들의 행위를 살펴보니 x+1이 있던 사람이 x를 갖게 될 때, 효용이 u(x)가 아니라 u(x)보다 낮게 느끼는 것으로 보여지는 행위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쉽게 말하면 있다 뺏기면 싫어한다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prospect theory에서 준거점(reference point)을 기준으로 손실에 대한 효용이 가파르게 낮아지는 것, 손실기피성향을 모델화하였습니다.



헬스 케어 제품으로 돌아와서, 바람직한 행위를 하면 포인트를 쌓아주는 식의 피드백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손실기피성향을 활용하여 개인이 목표로 하는 운동량을 준거점으로 설정할 수 있게 해주고 이에 미치지 못하면 포인트를 잃게 되는 피드백을 제공하면 손실에 대한 회피성향을 자극하여 포인트를 주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운동을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Diminishing sensitivity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주는 것입니다. 제품을 사용하다 보면 운동시간, 이동거리, 소비 칼로리가 느는 것에도 둔감해질 것이며, price per average hours of use의 증가나 포인트를 잃는 피드백에도 둔감해질 것입니다. 이 사실에 유의하여 준거점을 조정해주면 diminishing sensitivity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계가 느슨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호의 양식을 다양화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보완책이 될 것입니다. 


헬스 케어 어플리케이션의 경우, 운동 목표량을 정기적으로 수정하게 해주고, 운동 패턴이 느슨해지면, 시각적인 운동을 자극하는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각적 자극으로 경고음도 함께 제시하면 운동 촉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기 위한, 더 널리 바라보려는 노력


지금까지 제가 배우고 접한 것들을 엮어서 풀어보았습니다. 제가 배운 내용을 기반으로 세상을 해석해 보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세상을 좀 더 멀리 볼 수 있다면 이는 단지 내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튼


우리는 어떤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는지, 어느 거인들을 발판으로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그 어깨가 생기기까지의 과정을 주의 깊게 살피고 올라가 버팀목으로 삼는다면 조금 더 멀리, 넓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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