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공유를 준비하기 전, 어떤 것을 이야기해야하나 참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전을 찾아보니, “관점이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방향 또는 처지”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바라보는 삶에 대한 방향과 지극히도 평범한 고민거리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발표는 제가 최근에 읽었던 메를로-퐁티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책을 인용하여, 제 생각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철학 중에서도 현상학에 관심이 많아 읽게 된 책인데, 말주변이 좋지 않은 저보다는 좀 더 명확한 말과 정보로 전달하고자, 책을 인용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가 철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하면 ‘생각의 사고를 넓히기 위함’ 이였습니다. 철학서들을 보고나면, 내가 그 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 뿐만아니라, 그동안 사회의 합의대로 사고가 굳어졌던 것에 반성과 의문을 제기하는 능력이 생기는 점이 좋아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도 “우리는 무엇이고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사물이나 세계는 무엇인지에대해 스스로에게 묻고 나면 우리는 헤어날 수 없는 어려움과 모순들에 봉착한다”라고 하며, 세계는 이미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정의되었던 것들이고, 우리는 그 의견들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앎에 의해 이러한 시각을 동등하게 만들어야 하고, 시각을 소유해야 하며, 우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해야 한다.” 고 합니다. 세계를 자신에게 맞춰가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것이죠.
처음에 디마의 면접날에도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한번 겪었었는데요.
저희 면접의 주제는 ‘창직’이였습니다. 세상에 없던 자신만의 직업을 만드는 것이 면접과제였는데, 그 때보다 조금 더 발전된 시각으로 저를 다시 이야기하고자 이 발표내용을 다시 가지고 오게 되었습니다.
먼저 ‘원초적’ 이라는 말은 후설이 타자론에서 사용한 용어이고, 사전상의 뜻은 “일이나 현상이 비롯하는 맨 처음이 되는. 또는 그런 것.”을 말합니다. 이 단어는 제가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시 여기는 단어입니다.
작업을 할 때 그 작업물의 ‘원초성 = 본질’까지 파고들며, 그 작업에 대한 “마땅한 이유”를 찾아내는 작업들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태도는 저에게 창작자로서 창작물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배우게 했습니다.
이 개념을 처음 생각했던 것은, 건축 수업을 들으면서 였는데, 건축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간접적으로라도 겪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을 고려해야하는 ‘공간의 영역’을 다루는 일이라 깊은 논의와 건축가의 책임감과 양심이 요구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후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사고과정은 그래픽디자인 작업을 할 때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건축작업에서는 그래픽디자인 작업에서만큼의 자유도가 높지 않았지만, 그래픽 디자인에서는 ‘개인의 자유’가 너무나도 크게 작용하는 작업이 되니, 그만큼 ‘본질’을 논의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물들이 생겨나게 되자 ‘자아표현’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고, 선뜻 그 자아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자, 타인에게 더 관심이 많던 저는 그동안 ‘나’를 잃고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생각 또한 철학으로 돌아오며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진정한 대담”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있는데, “내가 사물에 도달하려면 그것을 바라보아야하는데, 다름 아닌 나의 눈을 가지고 바라보아야한다는 것이다.”
또, “타인과 소통을 할때, 결국에는 ‘내’가 경험한 세계와 그가 경험한 세계, ‘개인적인 세계’들의 상호작업을 통함이고, 스스로 머릿속에 품고 있었음을 나 자신 또한 알고 있지 못했던 사유들을, 타인에 의해 발견이 될 때 우리는 진정한 대담을 하게 된다.”
이 부분의 말들은, 결국에 내가 타인에게 관심을 두더라도 중요한 것은 결국 ‘나’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아는 타자에게서 쟁취된 것이다.” 이 부분입니다.
여기서 ‘관계적 관찰자’라는 말이 나왔는데요, 저는 타인을 관찰하여 어떤 것들을 발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자아는 개인 스스로의 소유이지만, 타인의 영향도 크게 작용합니다. 주위의 타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스스로가 변할 수 있고, 스스로가 생각하는 자아도 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고 인간으로 살아감으로서 타인과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저 또한, 튼튼하지 않은 정신건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 의해 끊임없이 상처받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며 자아를 다시 회복하며 살아가기에, 이 점이 제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잡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업물들에서 이런 것들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대부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말, 행동, 표정, 분위기 등 이것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중요시여기지않고 간과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을 시각화하여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두번째 ‘시각적 스토리텔러’라는 직업을 만들어갔습니다. 언어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고, 분위기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표현하여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시각적 스토리텔러’ 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직업은 항상 ‘먹고사는 문제’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제가 바라보는 직업에 대한 관점을 확고히 하는 이유는, ‘삶에 대한 태도’를 스스로 정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저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욕망이 제일 큰 사람이라, 이 방법이 제가 스스로 가지고 있는 공허함과 허무주의를 지워가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도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세상을 꿈꿔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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