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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무지와 책임감과 눈물과 일상과 위로에 대하여 - 문수민

 

 

 

먼저 이번 관점공유를 통해 ‘타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서 기쁩니다. 하지만 저 역시 이타성이 많은 사람이 아니며.. 어쩌면 이렇게 입 밖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제가 타인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제게 이런 시간을 준 디마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첫 전공 수업 때 임철우 작가의 연대기, 괴물이라는 작품을 배웠습니다. 작품의 주인공은 우리나라의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중심에 있던 사람입니다. 그는 사건 속에서 사라진 타자들에게 위로를 건네지 않습니다. 위로는 절대적으로 내가 그 사건을 겪지 않은 타인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모든 사건에서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 사건의 발단이었던 것처럼. 그래서 결국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지하철에서 투신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저는 참 많이 반성했습니다. 위로. 나는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타인을 생각한 적이 있는가? 내가 감히 위로할 만한 사람이 되는가? 위로라는 건 어쩌면 내가 그들을 철저하게 타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제게 타자라는 개념이 불현듯 마음 속으로 스며든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우리가, 세계의 모든 것들에게 죄책감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었다는 죄책감,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죄책감, 내가 아니라 당신이 대신 겪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죄책감. 그렇게 되면 사람은 쉽게 위로라는 말을 꺼낼 수 없게 됩니다. 우리는 그래야합니다. 세상의 모든 울고 있는 것들에게 항상 미안해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하루종일 그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지기 쉽상입니다. 나에게는 내가 움직여야할 나의 세계가 있고, 나에게 직면한 당장의 수많은 일이 있고. 나의 세계는 쉼없이 굴러가고 있습니다. 나는 나의 세계를 살아야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며, 내가 나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나의 세계에 몰두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끔씩 해야할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다가, 문득 나의 세계에 스며오는 타자에 대한 감정에 고통스러워 외면하지 말고 직면해야 합니다. 너무 깊게 심연으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그 고통을 가만히 함께 겪어야할 때도 분명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위로가 아니라, 죄책감을 가지고 함께 아파하는 것비로소 그 때 조금은 내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감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비록 조금은 부족한 마음이어도 계속 꺼내놓다보면 언젠가 다듬어지고 다듬어져 하나의 모양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께 보여주고 싶은 또 하나의 세계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