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DEMA 면접을 볼 때 ‘살아가는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제 욕심에 하고 싶어서요’라고 답을 했었죠. 그런데 면접장을 빠져 나오고서도 계속 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아 한동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었습니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내린 저의 정답은, ‘나중에 후회하기 싫어서요’ 입니다.
저는 살면서 가지려는 몇 가지 태도가 있는데, 그 중에 한 가지가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후회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태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있어 후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그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후회 하지 않도록 무언가를 한다’ 혹은, 후회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두지 않는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네요. 명확하게 한 문장으로 정리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해오긴 했지만, 명쾌하게 정리하니 제 생활에 더 크게 와 닿았고 그로 인해 바뀌게 된 몇 가지들이 있습니다. 작지만 큰 저의 원동력 역할을 해 주었죠.
먼저 고쳐진 것은 미루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해야 하는 것이 됐든, 하고 싶은 것이 됐든 일단 시작하는 힘이 생겼습니다. 작게는 과제나 시험 공부부터, 크게는 앞으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칠 만한 것들까지 말입니다. 지금까지를 돌이켜 봤을 때, 저는 한 것에 대한 후회보다는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훨씬 크게 남아있더라고요.
이와 관해, 저에게 자극을 주는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인데요. 마치 wish list를 작성하고, 그것을 다 해낸 뒤 빨갛게 선을 긋고 ‘했다!’ 하고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 wish만 하지 말고 do를 하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지금까지의 wish를 정하는 것으로 끝내고, 막연히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한 채 ‘DO’ 없이 지내온 저를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달라진 점은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난 후에 ‘그러지 말걸,’ ‘이게 뭐야,’ 같이 투덜대고 불평하는 게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후회가 싫다는 점에서 말 만으로라도 ‘이왕 이렇게 된 거’하고 맘 먹기 시작했는데, 그 작은 것 하나가 저에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후회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습관을 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뭔가 마음 먹고 시작했다가 금방 지쳐서 그만뒀던 것들을 꾸준히 해내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죠.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은데 또 해내야 직성이 풀리니까, 벌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점점 할 일은 많아지고, 한 길만 파기도 바쁜 남들보다 제가 굉장히 튀는 것 같고, 저 혼자 유난을 떠는 게 아닌가 싶어 괜히 우울함을 느끼고,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자책을 하기도 했죠. 일단 시작하긴 했는데 괜히 했나 싶기도 하고,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드는 것 같고, 물론 결과가 좋지 않거나, 그냥 사서 고생하는 일일 때도 있고. 그럴 때면 ‘나만 그러는 것 같아’라는 느낌이 가장 저를 힘들게 하는데, 사실 생각보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힘을 내곤 합니다. 또 이것을 하지 않았을 때 오는 후회가 저를 다시 움직이게 합니다. 후회로 오는 고통을 후회로 이겨낸다, 완전한 저의 원동력이죠? 물론 후회라는 것이 굉장히 부정적인 느낌이고, 이것을 마음에 갖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짐이라 느낄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확실히 각별한 힘을 갖고 있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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