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 살아가고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참으로 두근거리는 일입니다. DEMA Studio에서 D의 한 사람으로 ‘디자인’과 관련된 ‘관점’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 관점을 공유하기 이전에 ‘최근의 나’에 대해 정리정돈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디마 스튜디오의 가장 큰 매력은 다학제 간의 소통과 협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생각과 관점은 디마 스튜디오에 들어오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디마 스튜디오를 들어오기 이전의 관점은 철저한 디자인 위주의 관점과 좁고 날카로운 관점이 주였다면, 디마 스튜디오 활동 이후의 관점은 다학을 동반한 폭넓은 관점과 생각, 그리고 넓고 유연한 관점이 더해졌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모든 관점을 다 소화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많은 관점들이 뒤섞여 나의 관점을 탁하게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다학제 간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다학적 생각과 관점을 바탕으로 통찰 할 수 있게 됐다?” 결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공유 받았을 뿐, 내가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서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엄청 욕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몇 개월 안 되는 활동으로 다른 사람들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욕심을 부린 대가인지 그간 큰 실의에 빠져 지냈습니다. 많은 걸 잘하려다 보니 내가 가진 것과 잘할 수 것에 소홀해졌습니다. 그리고 뭘 해야 할지조차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점점 무기력함이 익숙해지고 굳어져 갔습니다. 허무한 자기합리화의 악순환이 반복되던 때 관점공유를 통해 내 관점을 다시 끌어내보고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어쩌면 디마 스튜디오 활동 이후 더해진 관점, 다학을 동반한 폭넓은 관점과 생각, 그리고 넓고 유연한 관점이라는 것은 제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D인 제가, DEMA에 들어와서 노력하지도 않은 채 나머지 EMA를 흉내 낸다는 것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욕심은 노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극심한 실의만을 불러온다는 단순공식을 정의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나의 위치를 잘 파악하는 것 또한 생존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내 자신을 디자이너로 만드는 일이 먼저인 것 같습니다. 그래야 관점이 생기고 공유가 가능하며 협업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나라는 디자이너의 관점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 관점이 ‘안경’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는 동시에 여러 가지의 안경을 쓰려다가 도리어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렀지만, 지금은 하나의 안경을 쓰고 내가 가장 잘 볼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합니다.
내가 했던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지금껏 써왔고 앞으로도 써갈 안경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2 MPK Award - CUFFIN]
2012 MPK Award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CUFFIN' 입니다. 평소 즐겨 찾는 테이크 아웃 카페 ‘마노핀’을 주제로 제품을 디자인했습니다. 테이크 아웃 카페 특성상 음식을 들고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커피와 머핀을 동시에 사서 먹게 되면 양손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스마트폰 사용 및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한 카드 및 현금 사용이 무척 불편합니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테이크 아웃 컵 위에 머핀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불편상황 발생 시 머핀을 컵 위에 올려서 스마트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이는 평소 제가 자주 겪던 문제점이며 이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으면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이는 평소 인사이트를 찾는 노력과 습관, 디자이너의 시각(안경)으로 솔루션을 제안했습니다. 이 디자인 아이디어는 현재 마노핀에서 ‘햇머핀’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자신의 아이디어가 상품화로 이어지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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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Red-dot Communication Design Award, Best of the Best - Arts de Barbier]
Arts de Barbier는 2014 Red-dot Communication Design Award에서 ‘Best of the Best’를 수상한 브랜딩 디자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한 남성전용미용실(이발소)의 브랜드 디자인 작품입니다. 이발사가 하는 행위, 사용하는 소품들이 미술가와 닮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발과 미술(예술)이 결합한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로고를 아트와 이발을 상징하는 메타포를 활용하여 제작하였고, 페인트 캔을 닮은 염색약, 팔래트를 닮은 염색판, 미술붓과 유사한 쉐이빙 붓 등의 재밌는 소품들과 유니크하고 아티스틱한 아이디어를 더한 브랜드 포스터와 명함이 특징입니다.
극과 극, 친숙하지 않은 개념의 것들을 디자인을 통해 연결한다면 분명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거칠고 생소한 이발소와 예술의 공통점을 찾아 연결시키게 되었습니다.
평소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곤 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환경을 주의 깊게 관찰하려고 노력합니다.
디자인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하지만 디자인간의 벽은 높을 수도 있지만 통하는 문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디자인을 접하고 공부한 것이 처음에는 명확한 진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각 점(디자인)에 선이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최근 겪은 결핍은 모든 일에 욕심만 낼 뿐, 받쳐낼 노력을 하지 않았기에 겪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각 점을 제대로 찍지 않은 채, 선을 먼저 그어 어디에도 고정되지 않은 부유한 선들이 엉켜 생각을 복잡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때로는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 내가 어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지, 어떤 점을 찍고 있는지 그리고 엉켜있는 선은 없는지 확인해보는 절차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관점공유를 시작으로 스스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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