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으로 부터 출발, 교차에 의한 완성.
1. 통상적 개념의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당신에게 디자인을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행위를 떠올릴 수도 있고, 손에 잡기 쉬운 마우스의 형태를 만드는 일일 수도 있으며, 광고나 제품의 로고처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일 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디자인은 앞서 말한 모든 것을 끌어 안을 단어일 겁니다. 오늘은 최근에 제가 공부하고 겪었던 UX 디자인의 관점과 함께, 제 나름대로의 디자인이란 무엇이고, 지난 1년간 디마에서 어떤 관점으로 이야기 했는지를 말하려 합니다.
디자인을 배우는 저에게 있어서도 디자인을 한마디로 정의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디자인이란 홀로 존재하기 보다, 다른 분야의 사람과 함께 일하고 따라서 다양한 일과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만든다는 것일 겁니다. 생각과 표현의 두 갈래에서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최근에 제가 관심을 갖고 배웠던 디자인은, 경험의 디자인입니다. 그렇습니다. UX 디자인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그것입니다.
2. User eXperience 디자인
저는 UX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인턴으로 일할 행운을 잡았었는데요, 그곳에서 UX란 무엇인가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의 디마에서도 경험해 볼 수 있는 더블 다이아몬드 방법론(4D)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것의 핵심은 사용자 중심 경험 디자인입니다. Discover, Define, Develop, Deliver 라는 개념으로 대표되는 이것은, 어떻게 함께 일하는 사람과 소통을 하고, 추상적인 경험과 생각을 정교하게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지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고의 방식이죠. 그리고 제가 내린 그 내면의 핵심은, ‘디자이너(기획자)는 아무것도 모른다.’로 부터 출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은 디자이너의 편견과 경험을 배제하는 것으로 부터 출발하여, 실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얻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의 의도를 중심으로 진행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질적인 일들과 그것의 이유를 아주 깊게 파고듬으로서 통찰을 얻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와 지표, 그리고 실직적인 사용자 인터뷰 그리고 높은 수준의 관찰이 핵심적 아이디어의 원천인 것이죠. 디자이너는 이로부터 진정한 세상의 문제를 바라보고, 재해석하며, 대안을 고민합니다. 그리고 이를 명쾌하고 또렷하게 하기 위해서 퍼소나(Persona)와 같은 가상의 있을법한 (또는 실제 대상인) 사용자를 만들고 그를 중심으로 하여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가 회사에서 들었던 가장 인상적인 말은 ‘UX 디자인은 사용자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 입니다.
그것은, 나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대한 깊은 이해를 중요시 여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물론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앱 기획 수업에서도, 또 UX아카데미에서도 그리고 최근의 회사에서도 이것이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질문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요, 그것은 디마의 몇 몇 덕분이었습니다. 인상적인 구절은. “UX 디자인은 근대적이야.”
이 말의 핵심은 디자이너가 완전히 알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타인을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 또한 타인의 어떠한 사람이 행동을 완전히 만든다는 것 자체에 대한 의심인 것이지요. 근대시대의 학문적 특성이 인류의 합리성과 위대함을 기반으로 자연의 모든 현상을 이해하고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상반되는 이야기지요. 그렇지만 저는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아무런 이해도, 또 아무런 결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해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의 정도이기 때문이지요.
3. 디자인, 경험으로 부터 출발하다
그래서 제가 낸 나름대로의 디자인의 출발점은, 경험에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로 부터 문제를 짚어내고 해결의 방향을 잡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문제라고 생각하는점과 자신 스스로의 상황을 바라보고 해결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자기가 불편한 것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해결책을 고안해내는 거죠. 하지만 이 관점으로는 어쩌면 디자이너는 몇 가지 일을 제외하곤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의 연결점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생각의 끈을 이제 매듭지을 수 있지 않을가 하는 희망을 봅니다. 디마스튜디오가 그것입니다. 학교에서 디자인 전공자들끼리 이야기 하는 것, 그리고 회사에서 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과는 달리, 디마스튜디오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존중하며 공유하며 교차시키는 곳이기 때문이죠. 이런 스스로가 직접 겪은 경험의 교차는, 경험 기반의 출발점의 장점인 강력한 통찰력과 함께,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확성도 부여합니다. 그러니까, 쉽게말해, 본인의 실질적 경험이 날카로운 창과 같은 통찰력을 선사한다면, 그 다양한 경험들의 교차는 객관성을 확보하고 정확한 세상을 향한 목표점을 찾는데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런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경험교차의 장점은 해결 방안에 있어서도, 더 효과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을 이끌어 준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공학, 경영학, 인문학의 각 전공자들은 경험의 교차를 통해 문제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혼자서는(또는 해당 분야 내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결과로 이끌어줍니다. 그러니까 융합이지요. 이것이 전공 학생 수준이 아니라, 전공의 전문가라면 더욱 더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따라서 정리해보면 디자인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본인의 경험과 관점입니다. 평소에 세상과 사물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축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디자인의 원동력인 것이지요. 그래서 여행을 하고 지속적으로 세상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의구심을 갖고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지요. 다른 생각을 하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다양한 기반과 경험, 전공 동시에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경험을 교차시키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4.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것
하지만 이 생각하는 일 만으로 디자인이 완성될 수는 없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직접 만들어서, 세상밖으로 나가서 현실과 맞닥뜨리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선생님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 진부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를 말하는 겁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허무주의를 말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실패를 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고, 성공을 이끄는 재료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과 용기입니다. 알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 주저앉지 않고, 한번 더 알아보고 고민하고 다시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야 말로, 디자인을 완성시키는 열쇠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다른 생각을 존중하는 태도와 환경으로 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존재 할 수는 있지만, 함께 그런 분위기에서 서로 의지할 때 다른 사고의 연장에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긴 여정을 완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혹자는 말합니다. 지금 이대로의 삶이 충분히 좋다고. 잘 돌아가고 있다고.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게 사실이야? 숫자로 증명 할 수 있어? 그리고 이런 스스로의 고민도 들죠. 우리가 과연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긴 할까? 답이 없는 것 같아. 이런 질문들이 디자인을 하는데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디마스튜디오 처럼,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경험을 교차시키는 자리에서 이야기와 고민을 꺼내어 놓고,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만들어 보세요. 분명히 그 전과는 다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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