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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당신이 그 물건을 사는 이유 - 합리적 소비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DEMA Studio 입니다. 




 기업들은 항상 더 섹시하고, 똑똑하고, 이것만 사면 인생이 행복해질 것 같은 이미지를 미디어에 쏟아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작위적인 이미지에 영향 받지 않고 충분히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하지만 과연 기업들의 마케팅은 성인들을 타겟으로, 비주얼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의 측면에서 끝날까요? 그리고 우리는 정말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필리핀의 브랜드인 ‘코피코’는, 태어나지도 않은 자궁 속 아기의 미각을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해 큰 성공을 거둔 기업입니다. 코피코의 유통업체들은 소아과 및 일반 의사들을 통해 임산부들에게 무료로 사탕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몇 년 뒤부터 코피코의 사탕 맛 커피가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거의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아이들이 주 소비층이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은 사탕 맛 커피가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고 가족적인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를 하며 좋아했고, 부모들은 야단법석을 피워대던 아이들에게 이 커피를 주면 금방 차분해 진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코피코는 출시된 지 4년 만에 필리핀 커피 시장에서 세 번째로 유명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이 마케팅은 태아 때 산모가 먹는 것이 출산 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커피를 아이들에게도 팔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실 태아를 타겟으로 한 간접적인 마케팅 전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TV나 라디오 광고에서의 로고송을 태아에게 자극이 가는 반복적인 소리의 형태로 만들거나, 아이들이 어렸을 때 발랐던 존슨&존슨스 베이비 로션의 냄새를 장난감 패키지에 첨가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전략 연구체인 <SIS 인터내셔널 리서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53%, 10대 청소년의 56%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브랜드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자신의 소비층을 더 어릴 때부터, 더 단단히 굳히기 위해서 태아와 유소년 층에 대한 연구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는 어떨까요? 생후 3개월 정도의 신생아들 40% 정도는 정기적으로 방송매체와 접촉하고 있고, 2살이 될 때까지 이 비율은 90%로 늘어납니다. 방송 매체에는 인터넷, 휴대전화, 비디오 게임, 광고판, 그리고 새로운 강자 아이패드 같은 기기들이 포함됩니다. (식당에서 아이패드로 뽀로로를 보는 아이와 함께 평화롭게 식사하는 가족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매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훨씬 강력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렇게 소낙비에 젖듯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접한 아이들은, 생후 6개월 정도가 되면 기업 로고와 마스코트 이미지를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이 브랜드들을 아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자신의 ‘취향’을 만들어 나갑니다.

 

 

  한 실험에서 63명의 미취학 아동들에게 햄버거, 치킨 너깃, 감자튀김, 우유, 당근 등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세트는 아무런 로고가 없는 일반적인 포장지에 담았고, 두 번째는 맥도널드 포장지에 담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맥도널드 포장지에 든 음식와 음료수가 훨씬 더 맛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아동 기피 대상 음식인 당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맥도날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맛있고, 해피밀 세트를 먹으면 장난감을 주고, 놀이 공간이 있는, 식당보다는 놀이터에 가까운 곳’ 이라고 잡았기 때문에, 당근이라도 맥도날드라면 맛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브랜딩 전문가 마틴 린드스트롬은 기업의 소비 촉진을 위한 이러한 작업들은 앞으로 더 성행 할 것이며, 앞으로 더 교묘해 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태아와 아이들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의 세대 대물림(세제나 비누 같은 것을 어머니가 사던 걸 무의식적으로 딸이 사는 케이스)을 위해서 벌써 많은 기업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은 매년 성장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가 그 물건을 사는 이유는 진정 무엇인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참고]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마틴 린드스트롬 




(DEMA EYES_전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