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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칸트의 상상력 이론과 경영

이번에 저희가 풀어낼 이야기는 칸트의 상상력 이론입니다. 그리고 칸트의 상상력 이론을 통해 철학과 전혀 다른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경영학은 학문이라고도 할 수 있고 현실에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회계나 재무 같은 과목은 경영학과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배우는 내용이고 이들은 조금 더 개념적으로 대상을 환원해서 모델화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회계나 재무는 경영에서 방법론이 아닌 학문과 가장 가까운 분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계나 재무 모두 기업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의 성격 또한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이처럼 경영은 순수 학문보다는 실용 학문에 가깝고, 진리와 이상을 쫓기 보다는 현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칸트의 상상력


 이런 경영의 성격은 한편으로 현실에서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점에서 궁극을 추구하는 철학과의 접점을 찾게 됩니다. 칸트는 판단력을 축을 뛰어넘는 능력이라고 설명합니다. , 이성과 감성, 보편과 특수 등의 분할되어 있는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지요. 이는 우리가 특정한 대상을 앞에 놓았을 때, 그것에 대한 적절한 개념을 찾아내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합니다. 우리가 대상에 대해, 또는 그것이 대상을 뛰어 넘는 추상적인 개념이나 느낌이라고 할 지라도 막연하게 포착하고 있는 그것들을 머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 단계 세상을 더 알아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쉽게 감성적 직관의 대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것일수록 이러한 현시화 능력은 빛을 발합니다. 칸트가 이야기하는 상상력은 바로 이러한 현시화의 능력이었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세상에 널린 베일을 더 많이 들추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상상력이 극에 달한 분야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예술에서 상상력이 현시화하는 것은 개념을 뛰어넘은 이념이기 때문이지요. 이념은 감성적 직관의 대상을 뛰어넘는, 즉 우리가 머리 속에서 언어화해서 포착해낼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예술은 우리가 그 앞에서 예술을 감상할 때, 굳이 이 작품은 이러한 이유로 감동적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 앞에서 경이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예술에서 우리는 인간의 유한함을 넘은 자연의 절대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칸트가 말했던 예술에서의 천재는 예술을 통해 절대적인 무엇인가를 현시화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칸트의 상상력 이론은 현실에 매몰되는 삶의 태도를 비판합니다. 칸트가 직접 비판을 논했던 것은 아니지만 칸트의 상상력 이론은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것보다 너머에 있는 것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도록 유인한다고 생각합니다. 판단은 즐거운 행위입니다. 우리가 막연하게만 개념적으로 포착하고 있는 대상을 구체적 현실로 가져왔을 때, 그것을 사례를 인용하여 명확하게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근본적인 쾌감을 느낍니다. 예술 또한 그 자체를 위한 행위이지요. 현실에서 얻는 대가를 바라는 기대적 행위가 아니라 그 자체로 즐거운 행위입니다. 인간은 상상력과 판단을 통해 현실에 국한되지 않는 지적 쾌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 팽배한 사회 분위기에서 사회적 기준에 근거한 성공한 삶이 많은 행복을 가져다 줄 수는 있습니다. 사회적인 명예를 얻고 재화를 넉넉하게 소비함으로써 얻는 행복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들이지만, 상상력과 판단은 현실적 요인을 초월한 내면의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이러한 즐거움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우리가 느끼고 있는 세계 너머의 것들을 지속적으로 포착하고 싶은 유인이 됩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신만의 꿈을 꾸었고 그것을 실현해 낸 사람들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들 마음 속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간질간질함을 항상 가지고 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의 비밀을 하나 하나 알아 갈 때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지금도 자신만의 꿈을 위해 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있다면 그들만의 고집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칸트의 상상력 이론에 비추어 말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그들이 정한 방향성에 대해 응원할 수 있는 도우미가 되는 것이지요.



 경영자의 상상력


 스티브 잡스는 우리 주변에서 가장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이 시대의 천재적 경영자였습니다. 그는 테크놀러지에 매몰되는 인간에게 인문학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사실 잡스가 했던 업적들의 방법론이 아주 혁신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잡스가 탁월했던 능력은 테크놀러지와 인문학적 관점이 결합했을 때 산출해내는 시너지를 잘 포착해내는 것이었죠. 하지만 이 능력이야말로 칸트가 말했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잡스가 발휘했던 상상력은 이제 예술에만 국한되는 상상력이 아닙니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현실 너머에 있는 다른 가치들을 발견하고 이를 현실로 구체화 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들이 어디에 연결되느냐에 따라 그것은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이 시대의 탁월한 혁신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무엇이 되었건, 우리가 상상을 통해 더 많은 숨겨진 가치를 현실로 발굴해 냄으로써 인간의 세계는 보다 확장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우리의 상상력을 기다리는 가치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치들은 스티브 잡스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많은 혁신적인 제품들처럼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지각을 선사합니다. 우리가 알던 세계를 넘어선 감각을 일깨워 주는 것이지요.


 상상력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발견들이 반드시 절대자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보다 인간을 완벽하게 한다는 이야기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확산속도가 빨라지는 지금 시대에, 잡스가 했던 상상력과 그 산물들은 다른 이들의 새로운 가치발견을 가속화 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시대의 상상력의 효용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가치발견의 양과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입니다. 연쇄적으로 상상력의 가치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는다면 인류의 삶은 더 풍부해지고 넓은 시야를 갖게 될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모습들은 이처럼 새로운 경영자의 모습을 제시합니다. 이 시대의 리더는 더 이상 기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느냐에 따라 평가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업이라는 많은 재화와 자원을 갖춘 집단의 대표자로서, 기술과 상상력의 결합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부여 받은 소명을 안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축복을 통해 마음껏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발견된 새로운 상상력의 산물은 기업이 가지고 있는 넓은 채널을 통해 빠른 속도로 일반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어 우리의 세계를 확장합니다. 이것이 잡스가 새롭게 보여준 경영자의 자질과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잡스는 테크놀로지가 예술이 되고, 예술이 테크놀로지가 되는 미래의 사회를 간파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것들이 이미 포화된 사회에서 기업의 새로운 비전은 상상력을 통해 끝없이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려 노력하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적용과 균형점


 천재는 후천적인 학습으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천재지요. 천재만큼 상상력을 극에 달할 정도로 갖지는 못하겠지만 상상력은 훈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경영자가 여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가치를 상상력을 통해 발굴해 내는 사람이라 한다면, 그리고 현재의 경영학에서 이러한 자질을 갖출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인가를 추가적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자인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주어진 문제에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또한 디자인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에 대한 반항을 꿈꿉니다. 디자인은 어떤 분야에 가미될 수 있는 상상력입니다. 상상력 있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숨겨진 가치들을 발견해 내고 이를 다른 구성원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지금의 경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해될 수 있는 천재만이 천재입니다. 즉 예술에서의 천재는 사회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강렬하고 맹목적인산출물을 내지만 이러한 예술의 결과물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 가능성을 가질 때에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의 천재들은 계속해서 전달할 수 없는 강렬한 산출물을 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것들이 아직 알려지지 못한 채, 이를 알아보고 보편적인 전달 가능성이 담긴 형태로 다듬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사려져 버리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칸트가 이야기했던 상상력의 참된 의미와 이 힘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확신이 있다면 이처럼 발견되지 않고 함몰되어 버리는 수많은 천재의 상상력들을 어떻게 건져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합니다. 예술적인 천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예술적 상상력을 모르는 사람도 아닌 중간자적 입장에서, 현재는 정 반대처럼 보이는 자본과 예술에게 어떻게 균형을 찾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경영의 새로운 변화는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DEMA EYES_김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