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빙글에서 본 글이 하나 있습니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소개팅에 관한 약간의 팁이었는데요. 소개팅에서 물어보면 좋다는 38가지의 많은 질문 중에서 유독 저의 눈에 들어오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0. 어떤 거 좋아하세요? 어떤 취미 (혹 관심사)가 있으세요?` 입니다. 글을 작성한 사람은 왜 취미/관심사를 질문 리스트의 0번에 올려놓았을까요?
우리는 종종 취미에 관한 질문을 받게 됩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 제출하는 인적사항부터 최근 20대의 가장 큰 이슈인 자소서까지 취미는 자신을 나타내는 곳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이전에는 취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개성이 뚜렷한 디마사람들을 만나고, 관심사 기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제가 가진 취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취미활동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하고, 힙합 음악 듣는 걸 좋아하고, 한강 걷기를 좋아하고,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고, 코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렴풋이 생각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많았고, 이것들을 내 취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취미에 대해 생각해볼수록, 얼마나 좋아하는 일인가 생각해볼수록 점점 내 취미라는 자신감은 사라졌습니다.
영화가 좋아서 일주일에 한편씩 영화를 챙겨 보고 있었지만, 영화를 좋아한다는 친구는 일주일에 한편 정도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은 어떤 날은 온종일 영화를 보기도 하고, 영화티켓을 모으며 개봉하는 신작 영화를 챙겨보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일주일에 많아야 한 편의 영화를 보고 그마저도 바쁜 일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종종 영화 보는것을 건너뛰고 있었습니다.
힙합 음악이 좋아서 휴대폰 음악 앱에는 힙합 음악만 있었지만, 힙합을 좋아하는 내 친구처럼 힙합 공연에 가본 적도 없고, 노래방에서 랩을 하는 것도 아니며, 가사를 써본 적도 없고, 랩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반적인 일을 해본 적이 없이, 그냥 MP3로 음악을 듣는 그 정도였습니다.
물론 내 취미를 다른 사람과 비교한다는 게 좋지 않은 일이고, 몇몇 친구들은 왜 네가 좋아하는 걸 다른 사람과 비교하느냐고 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봤을 때, 좋아하는 것이라고는 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고, 물론 전공자 수준의 지식은 아니더라도,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과 대화하고 관심사를 자신 있게 공유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이런 고민은 더 커졌고 결국 영화를 보는 시간과 음악을 듣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있을순 없다!
취미를 갖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어떤 취미를 가질까 생각해 본 결과 간지도나고 품위도 있는 요트세일링이나 승마를 해보고 싶었지만.. 그래도 내가 지금 좋아 하는 것에서 출발 해야 하지 않을까? ( + 현실 가능성 ) 라는 생각에 '힙합'과 '맥주'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버벌진트의 앨범을 사(려다 중고 앨범의 가격이 너무 비싸서 MP3+멜론에서 앨범을 사)고 노래를 들으며 여러가지를 느꼈는데,
이전에는 항상 랜덤재생에서 나오는 덜 듣고싶은, 당장 듣고싶지는 않는 노래를 건너뛰기 하느라 바빴다면, 지금은 출 퇴근 1시간동안 같은 느낌의 하나의 앨범을 듣고 소화 할 수 있었고, 이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평온한 시간을 만들어 줬습니다. 힙합 공연을 가지않고, 힙합을 좋아하는 다른 사람과 다른것은 그냥 내 성향의 차이 일 뿐이고 내가 음악을 들었을때 기분좋은것이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음악을 듣는것, 맛있는 맥주를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는것을 포함해 이번 취미 프로젝트는 저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주었습니다. 어렴풋이 생각하는 좋아하는것은 취미와 다르고, 취미라고 부를수 있는것을 만드는 것이 일상 생활을 하는데 큰 활력을 준다는 것,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더라도, 취미가 있다는건 하루하루 살면서 더 큰 만족도를 느끼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취미를 가지고 계신가요? 혹시 저처럼 아직 생각해보지 않으셨다면, 스펙을 위한 취미가 아닌 즐거움을 위한 취미를 만들어 보는걸 추천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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