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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자유로움에 대해서-최윤영

저의 요즘을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요즘 들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 합니다.

무슨 사춘기도 아니고 이런 생각 하는 게 웃기지만.

그리고 지금도 상당히 자유롭게 살고 있지만!

여기서의 자유는 나를 내려놓고 싶다는, 그런 거에요.

남들의 시선을 의식 한다거나 관계에 너무 얽매여 있다거나 이런 것들에 지치기도 하고요.

걱정과 고민도 너무 많습니다.

당연히 취업 준비나 앞으로의 미래걱정도 있지만

주로 제가하는 걱정거리들은 다 사소한 것들.

 

심지어 제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남 걱정을 또 엄청 한다는 게 포인트 입니다.

어릴 때부터 고질병 아닌 고질병인데 상대방을 격하게 동정하는 거에요.

아마 네 살 때부터 시작된 것 같은데 길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가 보이면

집에 가서 종교도 없는데 기도를 하고 잤어요. 잘되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아니… 남 걱정을 제가 뭔데 하고 있을까요?

따지고 보면 이것도 제가 우위에 있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깔렸으니까 동정을 하게 되는 건데

제가 감히 그 사람들을 평가한다는 것과 제가 그 분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 자체가 웃기더라고요. 정작 저는 아무것도 아닌데

행색이 나보다 초라하다고 ‘아…저분…안타까워..어떡해…’ 이러면서!

 

이 동정병이 실은 조금 심해서 요즘에는 짜증이 나더라고요.

저의 이런 사소한 것들 조차 제 마음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심적으로 여유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으니까 괜히 늘 불안하고

그렇다고 이런 것들로 인해 일상 생활 할 때 불편한 건 아니지만

소되지 않는 갈증처럼 늘 언저리에 뭐가 남아서 답답한 것 같아요.

나중에 보면 그깟 학점이 될 수 있는 학교 생활도

지각 한번 하면 큰일 나는 거처럼 행동하는 것도 지치고

수업에 아무 의미가 없는 날 차라리 그 수업을 듣느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일을 한번이라도 했었더라면!

감정이나 정신적으로 자유로워 질 수는 없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소함 에 얽매이는 것들의 시초가

‘실은 지레짐작에 있었다.’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을 동정하는 것도 상대방의 행색을 보고 지레짐작해서

‘저 사람 밥도 잘 못 먹고 다니고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아’ 이러면서

엄청나게 안타까워하고 가여워하면서

혼자 또 괴롭고, 나는 밥도 많이 먹고 이러는데…이러면서 말이에요.

 

의식을 하는 것도 지레짐작 해, 나를 어떤 식으로 평가 할 까봐

좀 더 정신을 붙잡고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평가 당하기 싫고 그 사람들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박히는 게 싫어서겠죠?

그리고 이런 지레짐작을 시작으로 남들을 너무 의식해버리니까

제가 남들에게 맞춰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정작 내 주관적인 부분이 점점 어디로 사라지고 없어져버리는 게 아닐까 하는 또 다른 걱정을 낳고.

 

제가 이렇게 된다는 것 자체가

실은 기초가 탄탄하지 못하니까 쉽게 현혹되고 흔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실제로도 내 얘기보다는 남 얘기가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 때 많고.

곡성 혹시 보셨는지 모르겠는데가 만약 곽도원 이였으면 난리 났을 겁니다

미끼 주는 거 마다 물었을 것 같고 결정도 잘 못 했을 거에요.

 

현혹되기 바쁘고 이러다 보니 내실 있는 삶은 무엇인가,

내가 흔들리지 않는 심지를 가질 수 있는 법은 또 무엇인가,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요즘 많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때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휴식은 늘 틈틈이 하는 것 같긴 한데, 또 이제 휴식으로 빠지면

답도 없는 머리아픔에 시달리겠죠?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 지고 싶기도 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