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sions/DEMA Talks

미음리을 - 김상아

DEMA Studio 2018. 7. 5. 16:59

안녕하세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에 재학 중인 김상아입니다.

 

  이제부터 저의 관점을 공유하기에 앞서 한 가지 부탁드릴 점은, 제가 말하는 내용을 김상아라는 사람의 관점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여러분안의 누군가가 지저귀고 있다.. 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들어주시면 더 좋겠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어렸을 때의 아빠와 저의 모습입니다. 전 이때의 저를 만나고 싶어요. 귀여우니까요.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제 스스로가 저의 어렸을 때를 회상해보면, 저는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어요.

 

 “엄마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오빠 이건 뭐야. 그거 뭐야. 나도 해볼래!”

 

  만약에 제가 엄마였다면 진짜 성가신 애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물론 저희 엄마께서 이 자리에서 제 이야기를 함께 듣고 계신다면 ‘상아야, 너는 네 생각보다 그런 아이가 아니었단다..’ 하실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그때의 제 시야를 되돌아보고 상상하면,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저를 매일 자극했어요. 그래서 만져보고 말도 걸어보고, 모르는것들이 가득가득하니까 ‘알고싶다’라고 생각했던것 같아요.

 

 

 

그나저나 여러분. ‘물레’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레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주세요.

네 맞습니다. 다들 잘 아시네요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 바로 물레입니다. 맞아요.

 

물레는.....

 


 

  이것이 물레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말한 것들이 대부분 글로 잘 정리되어있죠? 이제 다들 물레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았나요? 그럼 물레를 찰 수 있겠네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리람. 나는 물레를 한번도 차 본적이 없는 걸!”

 

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가지 더. 제가 이제부터 물레를 차는 요령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할게요.

 


 

  물레를 찰 때는 먼저 물레판위에 놓인 흙. 소지를 물레 판의 중심에 맞춥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원심력과 양팔을 이용하여 기물을 만들면 되는데 기본적으로 양손에 들어가는 힘은 서로 달라요.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중심 쪽으로 힘을 주며 천천히 위로 올립니다. 그리고 반댓 손인 왼손은 오른손의 힘이 지나쳐서 물레판 위 흙의 중심이 흐트러지지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해요. 그래서 천천히 속도를 맞춰 양손의 높이를 맞춰 올라갑니다. 쉽죠?

 

그럼 이제 물레를 찰 수 있겠네요!

  제가 물레라는 예시를 통해 여러분께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안다는 것’에 대한 것이었어요.

 

저는 이 말을 조금 더 명확히 말할 수 있는데

크게는 ‘지식과 지혜’, 더 세부적으로는 ‘지식과 요령과 지혜’에 관한 이야기에요.

 

 


느낌만으로만 아는 것을, 그 느낌을 말하는 이름. ‘단어’를 알게되면 ‘안다’고 해요

 


그 단어를 몸소 ‘행동’을 통해 느끼게 되면 그 단어, 그 말, 즉 그 느낌을 또 ‘안다’고 해요.

 


그 행동들이 축적되어 어느 정도 그 행동에 대한 패턴, 습관이 생기게 되면 ’경험‘이라고 말하게 되면서 그것을 또 ’안다‘고 해요.

 

 


앞선 물레에 대한 설명을 이어서 하자면, 결국 물레를 ‘잘’차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물레라는 것에 대해 더 알아봐야할까요? 물레 영상을 많이 보면 될까요?

아니요. 물레를 잘 차기 위해서는 물레를 차야 해요.

 

 

 


  제가 물레라는 예시를 사용한 이유는, 그 어릴적 호기심으로 가득 찼던 제가 오만으로 이어졌던 이유 중 가장 크고 대표적인 사건이기도 해서에요.

 

  저는 이 과에 오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이 도예학과가 궁금하지 않았어요.

이미 다 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과는 머그컵을 만들고 그릇을 만들고 술잔을 만들고, 화병을 만들고... 아아 재미없어.’

라고 이미 그것을 다 안다는 듯이. 기존에 알고있던 도자기에 관한 이미지와 ‘물레’라는 틀에 갖혀, 과에 대한 관심도 없었고, 더 이상의 관심을 기울일 가치조차 찾지못했어요. 흔히 ‘말’로만, 입으로만 안다는 것이었고, 선입견이라고 부르는 것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4학년이 된 지금에, 이 학과는 저에게 제 스스로에 대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도예학과는 ‘물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공예’의 특성만을 갖고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즉 도예학과는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곳이였어요.

  특히 그 중에 물레라는 것은 저와 가장 친하지 않았지만, 제가 어떤 대상에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시간을 투자할때. 제가 했던 것과 들인 시간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솔직하다고 할 수 있는 아이었어요.

  그래서 그만큼 제가 이 학과를 4년 간 경험하며, ‘흙’에 대한 김상아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에 가장 큰 도움을 주기도 했지요.

 



  그래서 저는 이제 (그래도 좋아하진 않지만) 물레가 싫지 않아요. 불가피하게, ‘아 진짜 물레 정말 싫은데..’ 라는 상황이 없어졌어요. 저를 표현하는 작업을 할 때, 물레라는 하나의 방식 문을 열어 논 셈이죠. 결국 저한텐 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더 생긴거에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관계는 ‘지식과 요령과 지혜’ 이후에 계속해서 고려되어야 할 한 가지에요.

우리는 그 ‘대상의 전부’를 알거나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의 어느 한 부분’을 알거나 모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는 부분 안에서 ‘모른다’라고 생각하면, 의심뿐이며, 세상이 덧없어지고

모르는 부분 안에서 ‘안다’라고 생각하면, 자만 안에서 제자리걸음 뿐이에요.

 


  즉, 안다고 생각하는 그 대상에서도 ‘모르는 부분’이 계속 생겨 나고(발견 되고) 그렇게 한 대상 안에서 ‘아는 부분’과 ‘모르는 부분’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그렇기에 그 간극을 스스로 잘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아는 부분 안에서는 충실해야하고, 모르는 부분 앞에서는 겸손해야합니다.

 

 

 

  관점공유를 마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부탁드릴 것이 있는데, 지금까지 제가 말한 저의 관점을 어느 한 단어와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보다, 그 정의 이전에 그 ‘느낌자체’를 더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졸업을 앞둔 어느 대학교 4학년의 자기고찰이었습니다.

제가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모두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