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의 기록-한윤정
안녕하세요 아이즈 한윤정입니다
이번 관점공유에서는 기록, 특히 기록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제가 기록을
특별히 많이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제를 선정하게 된 것은 기록을 통해 많이
위로 받았기 때문이에요. 이 관점공유를 통해 저와 같은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은 많이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쯤 시도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본격적인 발표 전에 제가 정의하는
기록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저는 기록을 나의 감정을 되살리는, 나를 위로하는 글이라고
정의합니다. 말씀 드렸다시피 기록물로서의 가치보다는 기록 행위 자체에 가치를 두고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우선 제가 기록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저는 굉장히 가벼운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했어요. 나중에 나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 위해, 혹은 책에서 읽은 구절들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포트폴리오를 위해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상당히 가벼운 이유들이었어요.
그리고 미래를 위한 기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하면서 신기하게도 현재의 기록, 그 기록하는
순간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 저는 고민이 많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게 되고, 그 순간순간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 진학 이후 제 머릿속에는 수많은 고민들이 자라나기 시작했어요. 사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앞만 보고 공부만 하면 큰 문제가 없는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딱히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인간관계에 대한 걱정도 없었습니다. ‘대학’에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모든 대학생들이 겪듯이 저도 대학의 환상이 깨지는 순간들을 만났어요. 대학은 사실 아무것도
결정해주지 않고 결론 내주지 않잖아요. 결국 나는 변하지 않았고 나타날 것 같았던 꿈이나 이상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그래서 고민과
슬럼프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데 언제까지고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1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막막하고 불안한 순간에 저에겐 기록이 큰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고
가족이어도 모든 고민은 털어놓기 힘들잖아요. 각자에겐 모두 나름의 고민이 있을 텐데 나까지 남에게
고민을 더 얹어주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노트를, 문서 파일들을, 메모지들을 친구
삼아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제가 처음 기록을 시작할 무렵에는 여행의 순간이라던가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감상에 대해 기록하곤 했는데, 이제는 나의 감정 자체를 기록하기 시작한 거예요. 놀랍게도
이러한 기록들은 가만히 그 자리에서 저를 많이 위로해주었습니다. 글을 쓰고 나면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것처럼 속이 환하고 화해졌어요.
인간이 인간으로 살면서 불안과 막연함을 아예 지워버리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행복, 슬픔,
기쁨처럼 불안도 인간을 구성하는 하나의 감정이니까요. 다만 그 감정을 이겨내고 나면 행복과 기쁨이
오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기록이 우리의 불안을, 우울을 없애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그걸
기대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기록이 불안을 이겨내게 도와준다면 한번쯤 시도해 볼만하지 않을까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요. 당장 오늘 이면지에라도, 작은 메모지에라도 나를 솔직하게 써내려 간다면
제가 그랬듯 여러분도 속이 화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