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찾는 영감에 대해 - 고은빈
안녕하세요 두 번째 관점공유를 마지막으로 하게 된 고은빈입니다. 오늘 저의 관점공유 주제는 ‘관점공유, 일상공유 – 일상에서 찾는 영감에 대해’입니다.
저는 이번 학기에 교양수업으로 ‘예술의 말과 생각’ 이라는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한 학기동안 저에게 크나큰 영향과 자극을 준 수업입니다. 그래서 이 수업의 한 강의내용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해요.
예술의 말과 생각이라는 수업은 말 그대로 ‘예술적 사고’를 공부하는 과목입니다. 어쩌다보니 이번 한 학기동안 디마에서는 디자인적 사고를 공부하고 수업에서는 예술적 사고를 공부를 하게되었네요. 이 둘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면서도 굉장히 다른 사고체계에요. 교수님은 예술을 정의내리진 않지만, 대략 이런 맥락으로 강의를 진행하세요. 예술이란 것은 예술 조각, 작품 등의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라고 말하세요. 여기에 ‘감각’이라는 것이 추가되면 예술이라고 말하십니다. 가령, 우리가 겨울이 와서 눈이 오고 입김이 나오고 온몸으로 겨울이 왔다고 느끼잖아요. 이렇게 춥다는 촉각, 눈이 온다는 시각등의 감각적 요소가 활용돼 겨울이 왔다고 느끼면 이것부터가 ‘예술’이라고 말하십니다. 즉, 우리의 일상에서 시작된다는 개념이자 사고인데요. 이러한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바탕으로 강의를 진행하시는데, 강의의 여러 주차중에, 제가 제일 인상깊게 들었고 집에 와서 혼자 고민해보고 정리해두었던 한 강의내용을 토대로 여러분에게 저의 관점을 소개하고자 해요.
그것은, ‘리듬과 멜로디 - 공간적 사고’에 대한 내용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는 이러한 구절이 나옵니다.(위에 이미지 참고) 그리고 Paule du Boughet는 “음악은 꿈을 꾸게 해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과 신성한 것에 도달하게 해준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의 음악이란, 실제 음악이 될 수도 있고, 우리의 삶, 일상을 비유하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음악은 수의 조합으로써 매우 논리적인 체계를 가진 것이에요.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구성이 감성을 건드려 누군가를 감동시키기도 하고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죠. 이렇게 이성적으로 이루어진 학문이라고 볼 수 있는 음악이 우리의 감성을 건드린다는 내용이 저에겐 참 좋게 들렸어요. 이성과 감성의 경계를 구분짓지 않고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개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러한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나라는 음악이 존재하는 사람이겠지. 반복을 통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을 통해 선율이 생기고 그 선율이 모여 음악이 구성되는 것이겠지. 그리고 이러한 반복의 밑바탕은 나의 ‘일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즉 나의 일상들이 모이고 모여 반복이 생기고, 리듬이 생기고 선율이 생겨 결국 나라는, 나의 삶이라는 ‘음악’이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광고가 ‘박웅현’씨의 “책은 도끼다”에서 나오는 구절을 빌려 이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박웅현씨는 광고계에서 가장 유명하신 분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분의 책을 많이 읽어보았는데, 이 분이 강조하시는 맥락역시 앞서 말한 예술수업과 비슷합니다. 모든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원천을 멀리서 찾지 말고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일상’에서 찾으라는 것입니다.
이의 한 예로,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봅시다. 사과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일입니다. 하지만 뉴턴은 이를 낯설게 보고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만유인력의 법칙’이라는 세계를 놀라게 한 이론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모든이에게는 똑같은 시간이 주어지고, 이에 따라 모두 각자의 일상이 생기는데,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들여다보는 지, 즉 ‘견’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창의적이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듯, 저는 우리가 흔히 놓치기 쉽고, 따분하고 지루하다는 통용적인 형용사들이 따라오는 ‘일상’에 대한 저의 시각과 이를 제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저의 전공으로 관련하게 어떻게 풀어내는 지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저는 특별하다면 특별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있고, 디마를 하고있고, 친구들을 만나고, 동네에서 작은 소모임을 하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사진이나 글로 간직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저의 일상을 대하는 자세와 기록하는 습관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의 디자인작업에 있어 지대한 영향과 도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을 통해서 나온 디자인 작업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위에 보시는 사진은 연남동을 지나다니며 찍은 어느 한 귀여운 미용실의 간판입니다. 마침 이 때쯤에 패키지를 만드는 수업에서 제가 다니는 학교의 한 학과를 선정해, 그에 컨셉에 맞는 패키징을 하는 것이 과제로 주어졌을 때였습니다. 저는 이 간판을 보자마자 색감때문인지 프랑스어문학과가 생각이 났습니다. 프랑스의 국기의 세 가지 색상이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별거 아닌 간판에 영감을 받고 꽂히게 되어 패키지를 제작하였습니다.
프랑스 어문학과 패키지의 결과물입니다. 하양, 빨강, 파랑의 세 가지 색상으로만 프랑스어문학과를 표현하고 싶었고, 학구용품으로서 제작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업물이 연남동을 거닐다 우연히 보게 된 간판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하면서도 흥미롭고 재밌게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제가 이학년을 재학 중일 때, 편집 디자인 수업과목에서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소구 하나를 잡아서 4장의 프로파일을 구성하라는 과제였습니다. 저는 이 때 참 고민이 되었습니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소구 한 가지를 잡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던 참에 저는 ‘바람개비’라는 시를 읽게 되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한없이 맴돌던 나’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닿고 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참 갈팡질팡하고 맴돌기만 하던 시기라 그런지 정감이 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히 바람개비로 소구를 정하게 되었어요.
우연히 보게 된 시에서 영감을 받아 바람개비로 소구를 잡고, 최대한 제가 받아들인 시의 분위기를 살리고 순수하고 갈팡질팡하는 미성숙함을 나타낼 수 있는 느낌을 드러내도록 작업했습니다. 지금도 이 작품을 작업할 당시에 저를 생각하면 이상한 감성에 취해 편집 디자인이라는 어렵고도 까다로운 분야를 즐겁게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디자인을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이것을 ‘왜’ 하고, 어떤 것을 전하고 싶은 지에 대한 물음인데, 이 두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저는 ‘바람개비’라는 시에 영감을 받았고, 저랑 정말 비슷하다고 느껴졌던 바람개비를 이 시를 받아들인 저의 감성으로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현재 진행중인 어플리케이션 디자인입니다. 이 수업에서는 ‘Iot’라는 사물인터넷을 가져가는 앱을 디자인해야하는데, 이를 각자 컨셉부터 페르소나, 사용자 시나리오, 와이어프레임 작업, GUI작업까지 완료해야되는 기획부터 제작까지의 장기간의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교수님께서는 자신이 흥미롭게 할 수 있고 좋아하는 영역을 건드리는 것이 장기간의 작업을 지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실 기술쪽에서는 별 관심이 없는 저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가장 좋아하고 키우는 것 역시 좋아하는 ‘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꽃, 식물을 스마트하게 키울 수 있는 스마트 가드닝 앱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꽃[flower]의 접두사를 따서 ‘flori-‘ 라고 이름짓고 현재 GUI작업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딱딱하고 메마른 느낌을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저의 감성을 담아 스마트하게 식물을 기를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작업중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동네에서 하고 있는 소모임에 대한 내용입니다. 저는 잡지보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잡지에 간혹 멋진 이미지나 레이아웃을 보게 되면 설레고 머릿속으로 구상을 많이 합니다. 그 중에서도 ‘킨포크’라는 잡지를 좋아하는데, 킨포크는 우리말로 하면, 친척, 친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잡지입니다. 이 곳에 나오는 이미지들과 내용은 사실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내용이 많습니다. 가령, 자신의 앞마당에서 지인들을 불러 디너파티를 한다든지 등의 우리의 실상과는 다소 상반되는 내용을 다룹니다.
그래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킨포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말 우연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삶을 꿈꾸고 동경하지만 실상 우리의 주변에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를 우리의 실상과 맞게 우리의 방식대로 풀어내면 재밌지 않을까? 이 또한 재밌는 컨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동네(길동)에 살고있는 3명이 모여, 소모임을 꾸리게 되었습니다. 바로 ‘길포크’인데요. 길동에 살고 있는 세 명이 모여 우리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하고 이를 잡지로 구성하면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모임입니다. 저희는 킨포크를 단순히 소비하던 ‘소비자’로서의 삶을 살다가 이에 영감을 받아 ‘길포크’라는 잡지를 생산하는 ‘생산자’로서의 삶으로 전환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이처럼 일상과 전공, 즉 디자인 작업을 뚜렷이 구분하지 않고 구분하지 않으려는 노력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의 우리의 일상은 들여다보았을 때 너무나도 재밌고 가슴 설레는 에피소드와 순간으로 가득한 하나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미술관에 가서 액자에 걸어둔 작품을 보았을 때, 멋있고 사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단순히 프레임 하나가 추가되었을 뿐입니다. 알고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찾을 수 있고 간과하고 있던 것일뿐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함께하고 있는 일상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면 알 수 없는 설레는 감정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디마에서 마지막으로 하게 된 관점공유 역시 저에게는 가슴 설레고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일상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