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ssions/DEMA Talks

예술가 곁의 고양이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2. 11. 00:54


예술가들 곁의 고양이 

 WAS IT A CAT I SAW ?



안녕하세요 디마스튜디오 핸즈 이수정입니다. 저는 이번 디마토크를 통해 오래도록 예술가들의 곁에 남아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고양이와 인류의 역사

고양이는 오래도록 특유의 매력과 신비로움으로 수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왔습니다. 그들은 고대의 회화, 조각 장신구 등 여러가지 예술의 형태로 오랜 역사속에 존재해 왔습니다. 특히 초현실주의 작가들에게도 고양이는 많이 사랑 받았고, 또 작품의 소재로 자주 쓰였습니다. 오래된 이집트의 고양이 벽화, 그리고 스핑크스에서부터 현대미술의 다양한 매체에 이르기까지 고양이는 묘한 느낌으로 우리의 문화 속에 꾸준히 등장해왔습니다. 인류의 역사와 전설 속에서도 이런 신비스러운 고양이의 모습은 자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 고양이의 발자취

고양이의 기원은 고대 근동지방의 숲속에서 나와 인간 곁에 정착한 다섯마리의 아프리카 들고양이로부터 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습니다. 고양이를 처음 가정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은 약 5천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쥐 떼들로부터 곡물창고를 지켜내던 고양이는, 중요한 파수꾼으로 자리 메김 하였고 그 후 집집마다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 고양이는 음악과 풍요, 다산의 여신이자 여성의 보호자인 바스테트(Bastet)로 숭배되었고 죽은 고양이는 미라로 만들어 매장했습니다.

 


고양이는 그후 로마 선원들에 의해 중동지역과 유럽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로마에서 널리 키워지게 되며 로마인들의 일상에도 자리잡게 됩니다. 또한 대항해 시대에는 ‘쥐 사냥꾼’의 역할과 행운의 상징이 되어 항해하는 배에 탑승하기도 했으며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메이플라워호 (Mayflower)에도 탑승하였습니다. 고양이는 가정의 수호자이자 자유의 상징이었습니다. 


15세기말 유럽에는 암흑기인 중세를 거치며 고양이의 수난시대가 있었는데, 고양이가 마녀의 부하라는 말이 퍼지면서 마녀사냥에 연루되어 수많은 고양이들이 산채로 불태워지거나 강에 던져지는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고양이 ‘마녀’설은 18세기까지 계속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기 고양이들은 병균을 옮기는 쥐들을 제거함으로서 흑사병의 더 큰 피해를 막았다고 합니다.) 문화적 부흥기, 르네상스 시기에는 인류의 문화 융성과 함께 고양이들도 풍요로움을 누리게 됩니다. 예술작품, 페인팅들과 여러 문학들에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등장하며 그렇게 고양이들은 인류의 문화속에 녹아들었습니다. 그 후 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며 고양이들은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며 우리의 생활속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고양이의 초현실성

오랜 역사속에서 묘한 매력으로 자리잡은 고양이들은 인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는데요. 다양한 형태와 상징으로 우리의 문화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양이와 고대의 전설

몇몇 고대의 전설에 의하면 고양이는 고차원적인 영혼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동반자 그리고 가이드로, 이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있으나 침묵하는 동물로 여겨졌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마네키 네코는 복을 불러들이는 행운의 상징입니다. 또한 북유럽 신화의 아름다움(美)와 사랑과 다산(多産)의 여신, 프레이야(Freyja) 는 고양이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 되어 있습니다. 

또한 고양이와 관련된 미신들도 다양하게 있어 왔습니다. ‘ 검은 고양이가 앞을 지나가면 불운이 따른다’, 혹은 ‘고양이는 주술을 부린다’는 말도 있습니다. 



>현대문학 속의 고양이


“나는 기분이 좋으면 으르렁거리고, 화가 나면 꼬리를 흔든단 말이야. 그러니 내가 미쳤지.”


1865 영국의 작가 루이스 캐롤(Lewis Carol 1832-1898)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체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이 고양이는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곤 해 앨리스를 번거롭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공작 부인의 부엌에서 고양이가 웃었던 것은 마음이 찡그러져 있기 때문인 것이다. 고양이의 쫘악 찢어진 미소는 미소가 아닌 미소인 것이다. 체셔 고양이는 궁정에서 열리는 크로케 경기 때 다시 만날거라며 사라진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

“아까 돼지라고 했니? 데이지라고 했니?”라고 묻는 것이다. 앨리스는 돼지라고 했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 고양이는 꼬리 끝부터 시작해서 씩 웃는 모습까지 아주 느릿느릿 사라졌는데 몸이 다 없어진 후에도 웃음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웃음 없는 고양이는 종종 봤지만, 고양이 없는 웃음이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고양이는 시간과 공간의 초월자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모든 수수께끼의 근원입니다. 이 소설에서의 고양이 모습도 그들의 독특한 행동이 극대화 된 모습인데 이상하고 신비롭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는 소설에 담긴 ‘고양이 없는 웃음’의 모습은 ‘현대 회화는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 한다’ 는 클레 Paul Klee(1879- 1940)의 말대로  존재하는 것을 재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전통회화에서 벗어나 견고한 세계가 아닌 유령같은 환영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was it a cat I saw?”

‘내가 본것이 고양이 였을까?’ 라는 이 문장은 앞뒤로 읽어도 같은 문장이다.



>고양이의 초현실 주의적인 요소들 


초현실주의는 문학에서 출발한 예술 사조로, 시인 앙드레 브루통(Andre Breton1896-1966)을 필두로한 1920년대 프랑스에서 생겨난 예술사조적 움직임으로 ‘초(超)-현실(sur-real)’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현실을 뛰어넘는 또 하나의 세계를 상상해냄으로써 현실의 억압으로부터 정신을 해방하려는” 지향을 드러냅니다. 또한 상상력, 꿈, 혼상적인 것, 비합리적인 것을 신봉하는 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예술창작에서의 이 지향은 ‘현실을 모방’하는 대신, 현실과는 전혀 다른 질서를 지닌 ‘초-현실’의 창조로 이어졌습니다.  



 논리적 구상과 계획에 따라 제작되는 대신, 즉흥적이고 우연하게 생겨나는 흔적과 자유로운 상상력의 소산물을 소재로 삼고, 한 개인 예술가의 창조력 대신,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을 초개인적 무의식을 창작 동력으로 삼았습니다.


꽤나 널리 알려진 영어권의 말 중에는 ‘Cats have Nine Lives’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죽고 또 죽어도 다시 부활해 총 8번을 죽어도 살아난다는, 아홉개의 목숨을 갖고 있다는 뜻으로 삶과 죽음도 평범하헤 적용되지 않은 영험한 동물이라는 시선이 내재되어있음을 알 수 있죠. 고양이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머리로 떨어져 죽는 대신에)발로 착지하고, 위험을 피해서 아슬아슬하게 잘 다니는 습성이있습니다. 삶과 죽음의 균형을 잘 잡으며 살아간다는 점에서 오는 어떠한 ‘경계’에 있는 듯함을 바탕으로, 성스러운 숫자인 9 가 합쳐져 아홉개의 생명을 가진 신비로운 존재로 비추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이런 고양이라는 생명체에 특별한 생명력을 투영하면서 그들을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의 연결자 라고 인식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고양이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초지각력’(인간이 감지하기 어려운 감각들로 세상을 인지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조심스럽게 대하는 모습을  ‘초능력’ 혹은 ‘예지능력’의 신비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고양이들의 신비로운 특성은 예술가들, 작가들에게 상상력과 호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고양이들의 ‘알 수 없음’은 마치 자신의 내면의 무언가 처럼 나타나기도 하며 작가의 무의식과 꿈이 투영된 존재로 자주 사용 되었습니다.  깊고 투명한 눈동자, 매혹적이고 자신만만한 기운을 뿜어내는꼬리, 기분상태에 따라 모공이 수축되어 형태를 바꾸는 털들, 어느 소설가가 분 바르는 도구로 쓰면 좋겠다고 묘사했을만큼 보드랍고 폭신폭신판 발바닥, 기분 좋을 때 내는 그르륵 거리는 소리는 예술가들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였고 다양한 형태의 소재로 작업들 속에 들어가게 됩니다. 

특히 초현실주의 사진들 중에 많이 등장하게 되는데 어울리는듯 어울리지 않는 ‘데페이즈망(Dépaysement)’의 느낌 [사물을 그것이 놓여있는 본래의 일상적인 질서에서 떼어 내어 뜻하지 않은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관객에게 심리적인 불편함을 주고 그 사물이 지닌 또 다른 의미를 드러내는 방법] 을 불러 일으키며 그 공간을 비밀스럽고 이상하게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합니다. 



3. 고양이와 거장들


고양이들은 이런 신비로운 매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왔습니다.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로 잘 알려진 미국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  1809-1849)

 


‘바라건데 마치 고양이처럼 신비롭게 글을 쓰고싶다’ 라는 말을 남겼고

‘I wish I could write as mysterious as a cat’ -Edgar Allan Poe


현대의 대표적 여성주의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 (Tracey Emin 1963-) 은 그녀의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표현했습니다 


‘I really love animals. My cat is my little soul mate. He’s not just a cat, he’s my friend.’ -Tracey Emin


또한 위대한 의사·사상가·신학자·음악가 알버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1875-1965)는 그에게 있어서 특별한 두가지, 음악과 고양이는 인생의 절망으로부터의 도피처라고 표현했습니다. 


‘There are two means of refuge from the miseries of life: music and cats.’ - Albert Schweitzer





이렇게 고양이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리 곁을 지켰는지 모릅니다. 미스테리한 모습으로 무료한 일상의 우리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의 주요한 부분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앞으로도 창조적 예술가들의 친구로 오랜시간 남아있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Wikipedia “Cats”

동물과의 대화 _ 템플 그랜딘, 캐서린 존슨 2006

Naver blog _ 조르바의 고양이

미학오디세이 _ 진중권 2004

“Radioactive cats” _ Sandy Skoglund 1980

"Dali Atomicus" _ Philippe Halsman 1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