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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ssions/DEMA Talks

조잘거림 - 이재림

 

 

안녕하세요. 이번학기 첫번째 관점공유 시작을 끊는 이재림입니다. 마지막 관점공유라고 생각을 하니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나의 관점공유인만큼 요즘 내가 갖고 있는 고민들과 생각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결정했고 관점공유라는 타이틀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져 이번에는 저의 조잘거림처럼 디마 멤버들과 고민에 대해 조금은 가볍게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제가 갖고 있는 생각과 고민은 디마 엠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디마 엠티에서 시작 된 고민을 디마 관점공유에서 풀어내는 것이 제 부분에서 디마가 얼마나 큰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네요. 디마 엠티의 하이라이트는 디마톡입니다. 이번 엠티에서는 각자 질문지에 질문들을 적고 랜덤으로 뽑아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 됐습니다. 몇 개의 질문들이 오고 갔고 한 질문에 대한 지목대상으로 제가 뽑혔습니다. 질문지에는 ‘29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라는 질문이 적혀 있었습니다.

 

 

갑자기 퉁-하고 던져진 ‘29살’ 과 잇따른 질문들이 머리속을 빙빙 돌았습니다. 그리고 순간 머리속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결국 꽤 긴 침묵 후 이어진 답은 아마도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있을 것이라는 대답과 멋쩍은 웃음 뿐이었습니다. 엠티 이후도 질문은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괴롭혔습니다. 29살 미래를 꿈꾸고 있지 못하는 저를 질책하기도 했고 그런 제 자신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던져졌던 질문에 대해 생각 하니 이와 비슷하게 저를 날카롭게 파고 들었던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언제부터 질문에는 항상 명확한 답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저에게 무겁고 불편했던 질문들을 상대방에게 다시 묻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상대방에게도 답을 강요하는 제 모습을 보며 단순히 내가 29살에 나를 꿈꾸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을 겪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히려 진짜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지난 여름 디마스튜디오에 지원했던 제가 생각났습니다. 그 당시 휴학을 앞두고 있었던 저는 휴학 후 무엇을 할지에 대해 리스트를 쭉 적어 내려가봤습니다. 다 적고 보니 ‘이것들을 하기 위해 휴학을 결정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능이 막 끝난 직후 제가 다이어리에 적었던 소소하지만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버킷리스트와 비교하며 적었던 리스트 대신에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갖기 위해서 휴학을 결정했다며 디마스튜디오 면접 때 자기소개를 했었습니다. 그럼 6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휴학 전에 적어 내려갔던 리스트를 지키지 않았을까요?

 

 

6개월이 지나 다시 리스트들을 적어보니 하나를 제외하고는 다 지켰고 오히려 추가 된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시 두 개의 리스트를 비교해보니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특징이 보였습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적었던 ‘bucket list’는 현재와 순간에 집중하고 있던 반면에 휴학 후 했던 ‘to do list’는 미래에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미래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미래의 29살 나를 꿈꾸지 못했다는 고민에 가려져 있던 문제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과거, 현재, 미래 흐름의 시간 선상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만은 시간은 미래로만 흐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끊임없이 모든 상황이 변화하는 액체근대에서 우리는 모두 불확실성에 부유하고 있다.’ 라고 말했습니다. 미래는 과거, 현재보다 더 큰 불확실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집착하고 매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29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은 제가 미래를 꿈꾸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오히려 미래만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답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29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수 많은 과거, 현재, 미래 다시 현재와 미래가 과거가 되고 또 다른 미래가 오는 수 많은 시간의 접점들을 지나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부분들을 경시했기 때문에 29살로 다다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현재가 없다면 미래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를 꿈꾸지 않는다면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요? 재미있게도 ‘present’는 영어로 현재와 선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어쩌면 저에게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선물일지도 모를 것입니다.